그래도 오늘은 살아냈다 (16화)

1부를 마치며

여기까지가, 내가 바닥까지 떨어졌던 시간의 기록이다. 명퇴에서 시작해 투자 손실로, 그리고 이혼과 빚과 실직이라는 세 개의 무게로 이어진 추락. 창도 없는 원룸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몇 번이고 삶의 끈을 놓으려 했던 밤들. 그러나 그때마다 나를 붙잡은 것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아주 작고 구체적인 것들이었다.

딸 둘, 아들 하나. 세 아이의 이름을 부르던 밤. 애들 엄마가 전해준 막내의 말없는 뒷모습. 법원 대기실에서 마주친, 나와 똑같은 처지의 얼굴들. 그런 작은 순간들이 쌓여, 나는 결국 오늘이라는 하루를 넘겨왔다.

바닥에서 배운 것

돌이켜보면, 바닥까지 떨어져 본 사람만이 알게 되는 것이 있다. 가진 것을 다 잃고 나서야, 비로소 잃을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 나에게 그것은 돈도, 명예도 아니었다. 세 아이가 이 세상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그 하나였다.

동물이 되기로 결심했던 밤을 기억한다. 사람다운 삶이라는 거창한 기준을 내려놓고, 그저 먹고 자고 숨 쉬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던 그 밤을. 그 결심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이 글을 쓰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버티기의 시작

1부가 추락의 기록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버티기의 기록이다. 채권추심에 대응하는 법을 익혀야 했고, 창 없는 원룸에서 하루 한 끼로 버텨내는 법을 배워야 했다. 노가다 현장에서 몸을 쓰는 법도, 밑반찬 하나로 밥 한 그릇을 비우는 법도 그 시절에 익혔다. 누군가에게는 궁상맞게 보일지 모르는 그 모든 생존의 기술들이, 당시의 나에게는 생명줄이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 중에, 혹시 나처럼 바닥에 서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말하고 싶다. 오늘 하루를 살아낸 것만으로, 당신은 이미 무언가를 해낸 것이라고. 내일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오늘을 넘겼다는 사실만이, 내일로 가는 유일한 다리가 된다는 것을.

그래도 오늘은 살아냈다. 그 문장 하나를, 나는 그 시절 매일 밤 되뇌었다. 그리고 지금, 10년이 지난 책상 앞에서, 그 문장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듯 이 글을 쓰고 있다.

(다음 화, “강물도 흐르는 법을 다시 배운다”로 이어집니다 — 2부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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