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짊어지는 빚 (23화)

우리나라는 부부별산제를 채택하고 있다. 혼인 중에 각자의 이름으로 번 돈은 각자의 재산이고, 빚도 마찬가지로 각자의 몫이라는 뜻이다. 와이프 돈은 와이프 돈이고 남편 돈은 남편 돈이라는 말이다. 법전에는 그렇게 쓰여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조문과 달랐다.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쪽이 감당 못할 빚에 시달리면, 부부별산제는 거의 의미를 잃는다. 배우자의 빚으로 인한 다툼은 끝없이 이어지고, 추심의 그림자는 법률상 무관한 쪽에게도 어김없이 드리운다. 법의 보호막은 그렇게 세세한 생활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빚진 배우자와 평온한 결혼 생활을 이어간다는 것은, 성인군자가 아니고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나는 그 사실을 몸으로 겪었다. 빚으로 인한 다툼을 끝낼 방법은 결국 하나뿐이었다. 관계를 정리하고, 그 짐을 혼자 짊어지는 것.

혼자가 되고 나니, 빚에 대한 대응이 오히려 명쾌해졌다. 추심의 손길은 나 한 사람에게만 미쳤다. 독촉장이 가족에게 날아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죽었다 생각하고 버텨내야 하는 시간이었지만, 적어도 그 시간을 혼자 감당하면 되었다.

세상에 빚지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생각을, 그 무렵 나는 자주 붙들었다. 돈으로만 빚을 지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신세를 지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사회적 동물로 태어난 이상, 어떤 형태로든 빚을 지며 살아가는 것은 특별히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다만 내가 진 빚은, 돈으로 진 것이니 돈으로 해결해야 할 뿐이었다.

해결의 길이 당장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결국은 해결되리라 믿기로 했다. 내가 살아 있는 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어떤 식으로든 답이 나올 것이라고. 암에 걸린 사람이 담보 없는 하루하루를 이어가듯, 나도 갚을 길 요원한 빚을 몸의 일부처럼 안고 살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혼자 짊어진 빚과, 혼자 견뎌낸 추심의 시간과, 혼자 버텨낸 밤들이 쌓여갔다. 돌이켜보면 그 모든 시간이, 결국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 놓았다.

(다음 화, “다시 합칠 생각도 해보았다”로 이어집니다 — 3부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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