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합칠 생각도 해보았다 (21화)

이혼을 하고도 미련이라는 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즈음의 나는 가끔 애들 엄마를 떠올렸다. 애들을 매개로 몇 마디씩 안부를 주고받다 보면, 마음이 초가을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처럼 왔다 갔다 했다. 다시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쑥 치고 올라왔다.

인생길에는 도돌이표가 없다고들 한다. 그래도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둘 다 재혼을 하지 않은 채였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새로운 사람을 길들이고, 또 새로운 사람에게 길들여지는 일을, 이 나이에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이미 지나온 장애물을 또 한 번 넘고 싶지는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 마음도 누그러지는 법이다. 늙어가는 처지에 더 이상 원망도 증오도 쌓고 싶지 않았다. 남은 세월을 그저 적당히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애들이 가운데 있어서, 중간중간 얼굴을 마주해온 터라 다시 합친다 해도 그리 낯설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도, 그 사람도 재결합이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그 무렵 옛 고사 하나가 떠올랐다. “약능리갱합 복수정난수(若能離更合 覆水定難收)” — 한번 쏟은 물은 다시 그릇에 담기 어렵다는 말이다. 강태공이 늘그막에 제나라 왕으로 금의환향하던 길, 옛날 자신을 버리고 떠났던 아내가 다시 찾아와 받아달라 읍소했다는 이야기다. 강태공은 그녀에게 바가지의 물을 땅에 쏟게 하고, 그 물을 다시 주워 담아보라 시켰다. 되지 않았다. “한번 쏟은 물은 다시 담기 어렵듯, 한번 헤어진 부부도 다시 합치기 어렵다네.” 그 말을 남기고 강태공은 옛 아내를 뒤로한 채 떠나버렸다고 한다.

이혼한 부부가 다시 합친다면 애들은 좋아할 것이다. 애들에게 새로운 부모가 생긴다는 것은 그 자체로 극한의 스트레스일 테니, 오리지널 부모라면 적어도 그런 갈등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재결합 쪽으로 마음이 기울기도 했다. 이미 길들여져 있는 사람에게는 적응 비용이 들지 않는다. 신선함은 없어도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이 있었다.

그런 소식들이 심심찮게 들려오던 때였다. 바다 건너 유명한 배우 부부들도 이혼 후에 재결합했다는 이야기가 뉴스에 오르내렸다. 5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 다시 만난 커플도 있었고, 십수 년 만에 재결합한다는 소문이 돈 커플도 있었다. 가십이야 가십이지만, 공통점은 하나였다. 헤어질 때 크게 다투지 않았고,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서로를 험담하지 않았다는 것. 세상일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원수지면서 헤어지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그 기사들을 보며 새삼 들었다.

그러나 생각은 거기서 멈췄다. 삶은 내 의지와 관계없이 흘러간다. 사람과의 만남도 헤어짐도 그러했다. 새로운 배우자를 맞는 것도, 옛 배우자에게 돌아가는 것도 결국 각자의 삶이 감당해야 할 무게였다. 지금의 나는 빚을 지고 있었고, 신용을 잃은 사람이었다. 그 짐을 다시 그 사람에게 지우고 싶지는 않았다. 재결합이 애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지 않는다는 것과, 그 사람에게 내 빚까지 떠안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사실혼처럼 지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합치더라도 예전보다 더 멀리 떨어져 살며, 필요할 때만 보는 방식이면 서로 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의도치 않은 인생을 사는 것도, 보통 사람이 색다른 인생을 사는 기회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결국 나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 사람도 입을 열지 않았다. 중간에서 애들만이 두 사람을 가끔 이어줄 뿐이었다. 한번 쏟은 물은 다시 담기 어렵다던 그 옛말이, 생각보다 더 정확했다.

(다음 화, “법원 가는 길은 두렵지 않다”로 이어집니다 — 3부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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