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이 내 집이 되었다 (43화)

원룸을 구할 때 내가 세운 기준은 세 가지였다. 월세가 싸야 했고, 도서관까지 걸어서 한 시간 안에 갈 수 있어야 했고, 케이블이든 와이파이든 인터넷이 되어야 했다. 평수나 햇빛, 전망 같은 건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렇게 구한 방은 여름엔 찜통이었고 겨울엔 냉동고였다. 에어컨도 보일러도 함부로 틀 수 없었다. 전기요금, 가스요금이 겁이 나서였다. 처음 한동안은 땀을 뻘뻘 흘리며 버텼고, 겨울엔 파카에 이불을 뒤집어쓴 채 지냈다. 그러다가 도서관을 알게 됐다.

도서관은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했다. 냉난방비가 들지 않는 무료 피난처였다. 냉수와 온수가 늘 준비돼 있었고, 가끔 무슨 행사가 있는 날은 자판기 커피도 공짜로 나왔다. 신문과 잡지, 책은 얼마든지 볼 수 있었고, 컴퓨터도 하루 두 시간쯤 무료로 쓸 수 있었다. 와이파이도 잡혔다. 오래된 영화 DVD를 빌려볼 수 있는 자료실도 있었고, 가끔은 무료 문화 강좌도 열렸다. 나처럼 혼자 사는 5,60대 원룸족에게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로는 도서관 만한 곳이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씻고 도시락(집에서 직접 싼 도시락) 을 챙겨서 도서관으로 향했다. 개관 시간에 맞춰 가서 자리를 잡고, 책을 읽거나 신문을 뒤적이거나 컴퓨터로 구직 정보를 찾았다. 점심은 준비해 간 도시락으로 때우고, 오후엔 자료실에서 영화를 한 편 보거나 강좌가 있으면 들으러 갔다. 폐관 시간이 되면 집으로 돌아갔다. 방은 그저 잠만 자는 곳이 되었다.

처음엔 자존심이 상했다. 집이 있는데 왜 도서관에서 하루를 보내야 하나 싶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도서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나와 비슷한 처지는 아니었지만, 그중 몇몇은 분명 나처럼 혼자이고 형편이 넉넉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다들 말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 풍경이 묘하게 위안이 됐다. 나 하나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동네 복지관이나 경로당도 알아봤다. 복지관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날도 있었고, 경로당은 아직 내 나이에 들어가기엔 애매했지만 몇몇 어르신들은 먼저 말을 걸어주기도 했다. 마음 먹고 찾아보면 가까운 곳에 기댈 곳이 있었고, 다 쓸 수 있는 자원이었다. 가진 게 없다고 쓸 수 있는 게 없는 건 아니었다. 동네 구석구석에 공짜로, 혹은 싼값에 쓸 수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렇게 도서관은 내 집이 되었다. 잠만 자러 가는 방보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도서관이 오히려 더 내 공간처럼 느껴졌다. 사는 곳이 아니라 사는 방식이 집을 정하는구나, 그즈음 그런 생각을 했다.

(다음 화, “일용직으로 산다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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