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 되기로 했다 (48화)

6부로 들어서면서 나는 또 한 번 생각을 정리해야 했다. 짐승도 쉽게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어디서 읽었던 그 말이 자꾸 떠올랐다. 아무리 궁지에 몰려도 짐승은 끝까지 먹이를 찾고 끝까지 숨을 쉰다고. 사람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무렵 나를 붙잡아준 건 결국 아이들이었다. 혼자였다면 어느 순간 손을 놓아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이 있었다. 그 애들에게 아빠가 끝까지 버텨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게 그 시절 내가 매달린 유일하고 가장 큰 이유였다.

대신 다른 것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SNS를 끊고, 연락망을 하나씩 줄여나갔다. 요즘 말로 치면 “디지털 자사ㄹ”이라는 표현을 어디서 들었는데, 나는 그걸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목숨을 끊는다는 뜻이 아니라, 관계망에서 스스로 조용히 사라지는 것, 그런 뜻으로 받아들였다. 카카오톡 단체방을 나가고, SNS 계정을 지우고, 명절마다 안부를 묻던 사람들에게도 점점 답을 하지 않게 됐다. 사람들과의 연결이 끊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고립된 섬이 되기로 한 거였다.

처음엔 외로웠다. 그러나 곧 알게 됐다. 그 많은 관계를 유지하느라 쓰던 시간과 마음이, 사실은 나를 더 지치게 하고 있었다는 걸. 경조사를 챙기고, 안부를 전하고, 체면을 차리느라 쓰는 돈과 품이 생각보다 컸다. 그걸 다 내려놓고 나니 오히려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힘든 날도 분명 있었다. 그런 날엔 그냥 오늘 하루만 버티자고 생각했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기로 했다. 당장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면, 적어도 오늘 하루를 넘기는 것만 목표로 삼았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미루다 보니, 어느새 한 달이 가고 한 해가 지나가고 있었다.

섬이 되기로 했다는 건 세상과 완전히 끊어진다는 뜻이 아니었다. 꼭 필요한 몇 가닥의 끈—아이들, 그리고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연결—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내려놓는다는 뜻이었다. 그 선택이 그때는 외로움처럼 느껴졌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게 나를 버티게 한 방법이었던 것 같다.

(다음 화, “혼자 걷는 길에도 리듬이 있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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