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을 지키는 법 (47화)

생계비 보호 신청을 해서 숨통은 트였지만, 그걸로 안심할 수는 없었다. 압류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새로 계좌를 트거나 돈이 들어오는 낌새가 보이면, 채권자 쪽에서 다시 압류를 걸어왔다.

그래서 은행을 가려서 써야 한다는 걸 그즈음 배웠다. 큰 시중은행은 전산으로 전국 지점이 다 연결돼 있어서 어느 지점이든 압류가 걸리면 바로 막혔다. 반면 농협이나 새마을금고, 신협 같은 곳은 지점 단위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서, 압류를 걸려는 쪽에서 정확히 어느 지점에 계좌가 있는지 특정해야 효력이 있었다. 그래서 되도록 이런 금고 쪽에 계좌를 트는 게 낫다는 조언을 들었다.

돈을 한 통장에 몰아넣지도 않았다. 일당이나 적은 수입이 들어오면 바로 여러 계좌로 나눠 옮겼다. 한 곳이 막혀도 다른 곳은 쓸 수 있게 하려는 거였다. 번거롭긴 했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숨통이 트였다.

계좌를 여러 개로 나누다 보니, 어느 계좌에 얼마가 있는지 헷갈리는 일도 생겼다. 수첩에 계좌별로 얼마씩 넣어뒀는지 적어두는 버릇이 들었다. 그 수첩 한 장이, 그 시절 나에게는 가계부이자 생존 지도였다.

지금 생각하면 유별난 처신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그 정도로 돈을 지켜야 했다. 가진 돈이 적을수록, 그 적은 돈을 지키는 방법은 더 꼼꼼해야 했다.

(다음 화, “섬이 되기로 했다”로 이어집니다)

댓글 달기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