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이름을 부르며 잠들고 잠에서 깼다 (8화)

고교 시절의 자취생활, 대학 때의 하숙, 군대의 단체생활, 결혼 전의 독신 생활. 돌아보면 나는 혼자 사는 일에 그리 낯설지 않은 사람이었다. 먹고, 자고, 몸을 가누는 것. 그 세 가지만 해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일단 살아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에 대한 연민과 미안함만큼은, 어떻게 다스려도 가라앉지 않았다. 지금 와서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마음은 매일 밤 다시 찾아왔다. 아이들은 스스로 잘 헤쳐갈 것이라고, 나는 믿으려 애썼다. 내가 그래 왔던 것처럼. 빈손으로 세상을 시작해야 했던 그 길을 아이들에게도 물려주는 것 같아 미안할 뿐이었다. 능력 있는 아버지가 되기는 이미 글렀지만, 적어도 빚만큼은 어떻게든 해결해주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끝내 해결하지 못한다면, 마지막엔 자식들이 아버지의 빚을 물려받지 않도록 하는 길이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딸 둘, 아들 하나. 아이들이 나를 살리는 것인지, 내가 아이들의 삶을 지키려 하는 것인지, 수시로 그 경계가 헷갈렸다.

그 무렵부터 체질에도 맞지 않는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다. 술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천 원짜리 막걸리 한 병이면 한 끼가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안주는 소금 한 꼬집이면 충분했다. 그런 생활에 생각보다 빨리 적응했다. 스스로 비참하다거나 가엾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려 애썼다. 이런 생활 자체가 하나의 수양이라고, 나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 이후에도 삶을 놓고 싶은 마음은 불쑥불쑥 찾아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넘기고, 또 넘겼다. 새로운 인생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되는 일이 별로 없었던 인생이었다. 노력했다고 믿었던 일들도 늘 한 고비 앞에서 무너지는 것이 나의 운명 같았다. 전생에 무슨 업보를 쌓았기에 내 인생행로가 이렇게 흘러왔을까,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도 작은 운이라도 남아 있다면, 예상치 못한 순간에 활로가 열릴 수도 있지 않을까. 일말의 기대만은 놓지 않았다.

일단 살아 있어야 좋은 날도 볼 수 있는 법이다. 딴생각 하지 말고 무조건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데 집중하자고, 나는 매일 다짐했다.

그 다짐 안에는 늘 세 아이의 얼굴이 있었다. 큰딸, 작은딸, 그리고 막내아들. 이름을 하나씩 마음속으로 불러보는 밤이면, 이상하게도 조금은 버틸 힘이 생겼다. 아버지가 사라진 세상에서 세 아이가 살아가야 할 모습을 떠올리면, 아무리 지쳐도 그 하나의 생각이 나를 다시 붙잡아 세웠다.

아이들은 몰랐을 것이다. 아버지가 매일 밤 자신들의 이름을 부르며 버티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나 역시, 그 이름들이 나를 살리고 있다는 것을 그때는 온전히 깨닫지 못했다. 다만 본능처럼, 그 이름들을 붙잡고 하루를 더 견뎠을 뿐이다.

(다음 화, “동물이 되기로 했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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